지난 7월 31일, 전 세계 슈퍼컴퓨터들의 에너지 효율 순위를 매기는 Green500 리스트가 새로 발표되었습니다. 에너지 효율(energy efficiency)이란 같은 전력으로 얼마나 많은 계산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최근 슈퍼컴퓨터와 같은 대규모 컴퓨터 시스템에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Green500 리스트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의 성능 순위를 매기는 TOP500 리스트와 마찬가지로, Green500 리스트는 매년 6월과 11월 두 차례 접수를 받아 1위부터 500위까지 새로 순위를 매깁니다. 이번에 발표된 리스트는 2015년 6월에 접수를 받아 순위를 매긴 것입니다.

Green500 List of June 2015

2015년 6월 Green500 리스트의 상위 10위까지의 순위 (출처: http://green500.org/lists/green201506)

이번 Green500 리스트에서는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Shoubu가 1위에 올랐습니다. Shoubu의 전력 효율은 7.03 GFLOPS/W입니다. 이는 1 W의 전력으로 초당 70억 개의 배정도 실수 연산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 뒤를 이어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의 Suiren Blue와 Suiren이 각각 2~3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4년 11월 Green500 리스트에서 1위에 올랐던 독일 GSI Helmholtz Center의 L-CSC는 4위로 밀려났습니다.

Shoubu

2015년 6월 Green500 1위인 일본 Shoubu 슈퍼컴퓨터 (출처: http://www.riken.jp/pr/topics/2015/20150804_1/)

새로 1~3위에 오른 세 슈퍼컴퓨터의 공통점은, 일본의 벤처 기업인 PEZY Computing에서 자체 개발한 가속기(accelerator; 많은 양의 계산을 빠르게 수행하는 데 특화된 프로세서)인 PEZY-SC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PEZY-SC 프로세서에는 1,024개의 MIMD 코어가 들어가 있으며, 표준 DRAM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자체 규격의 메모리 인터페이스(Ultra WIDE IO)를 지원하여 메모리 대역폭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PEZY Computing은 2010년에 설립되어 가속기 연구개발을 시작했으며, PEZY-SC를 개발한 2014년부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2016년 말을 목표로 4,096개의 코어가 들어간 PEZY-SC2 프로세서의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일본은 이번 Green500 리스트의 최상위 20개 슈퍼컴퓨터 중 8개를 보유하면서, 저전력 슈퍼컴퓨터와 관련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Shoubu의 계산 노드

Shoubu의 계산 노드에 PEZY-SC 가속기가 장착된 모습 (출처: http://www.riken.jp/pr/topics/2015/20150804_1/)

한편 이번 Green500 리스트에서도 범용 CPU와 가속기(GPU, Intel Xeon Phi, PEZY-SC)를 함께 사용하는 이종 슈퍼컴퓨터(heterogeneous supercomputer)들의 우세가 돋보였습니다. 지난 2014년 11월 Green500 리스트에서 1~23위를 모두 이종 슈퍼컴퓨터가 차지했었는데, 이번에는 더 나아가서 1~32위를 모두 이종 슈퍼컴퓨터가 차지했습니다. 이는 점차 더 많은 슈퍼컴퓨터들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이종 시스템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합니다.

국내의 슈퍼컴퓨터 중에서는, 2014년에 도입된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의 초기 분량인 ‘우리(Uri)’가 63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8개의 슈퍼컴퓨터는 안타깝게도 모두 370위 밖에 머물렀습니다. 참고로 Green500 리스트에서 국내의 슈퍼컴퓨터가 차지했던 역대 최고 순위는 2012년 11월에 서울대학교의 ‘천둥’이 기록한 32위입니다. 옆나라 일본에서 Green500 1위 슈퍼컴퓨터를 자체개발한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중요성이 점점 높아질 저전력 슈퍼컴퓨터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발표된 Green500 리스트의 전체 순위는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